작성일 : 23-08-20 03:17
스타베팅 이용후기
 글쓴이 : 김희동
조회 : 426  
그들은 산 넘고 강 건너 기현까지 갔다가 뒤늦게 소문을 듣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봉산을 지척에 두고 의견이 갈렸다.

무영신투 백교가 ‘능력 없는 풍 채주를 형님으로 모시느니 평정산 적풍채로 가자’고 꼬드긴 것이다. 평정산은 오봉산에서 이틀쯤 떨어진 거리에 있다. 집주인이 마음에 안 드니 옆집으로 이사 가자는 소리다.

코가 주저앉은 백교가 도적들에게 물었다.

“나와 함께 평정산의 적풍채로 갈 놈이 있느냐?”

천일보와 염사웅을 포함한 다섯이 백교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도적들은 여전히 구밀복검 심양각 주변에 머물렀다.

자존심 상한 백교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심 형, 정말 오봉산채로 돌아갈 생각이오?”

“백 형도 소문을 듣지 않았소. 만수상방의 토벌이 흐지부지 끝났다고. 그놈들이 갑자기 토벌을 중단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위험이 사라졌으니 돌아가는 게 당연한 일 아니오?”

“풍 채주를 따르는 놈들이 박대할 텐데 그걸 어찌 참으시려고.”

“상관없소. 어차피 앞에서는 찍소리도 하지 못할 테니까.”

“쩝, 그럼 이쯤에서 헤어집시다. 나는 어린 연가 놈과 그 주변의 반편이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이가 갈려서.”

“그럽시다.”

심양각이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답했다.

도적들에게 만나고 헤어지는 건 일상다반사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백교는 다섯을 이끌고 북쪽으로 떠나갔다.

백교 일행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심양각은 바로 냉소를 터뜨렸다.

“흥!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도둑놈 같으니. 적풍채에서는 너희를 반겨 줄 것 같으냐? 산채가 위험할 때 버린 놈들을 누가 좋아한다고. 나이는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쯧쯧! 한심하다 한심해.”

눈치를 보고 있던 독심낭인 황요명이 급히 장단을 맞췄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아는 놈이 적풍채에 있는데 채주의 성질이 아주 더럽다 합니다. 그에 비하면 연가 놈은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흐흐. 네놈이 그래도 눈치 하나는 빠삭하구나. 그만 돌아가자.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다.”

“예, 예.”

돌아가기로 의기투합한 열다섯의 도적들은 남쪽으로 걸음을 떼어 놓았다.

***

다음 날, 심양각과 열다섯의 도적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하가촌에 들어갔다. 하가촌의 분위기는 보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오고 가는 상인들의 숫자가 좀 늘어난 거 같다는 거?

맛난 먹이를 보는 눈으로 주변 상인들을 훔쳐보던 산적들은 사해루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간 제대로 먹지 못해 부실해진 몸을 챙기기 위해서다.

그들은 모처럼만에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시켜 먹었다.

시원한 찻물로 입가심까지 마친 산적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컷 먹고 그냥 가 버리는 산적들의 뒤를 주인이 급히 쫓아갔다.

“저어, 대협님들. 음식값은 어느 분이?”

오봉산채의 도적들이 항상 값을 치르고 먹었기에 깜빡했나 싶어서 물어본 것이다.

심양각은 듣지 못한 척 휘적휘적 걸어갔다.

황요명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기현까지 오가는 동안 수중의 돈을 다 써 버려서 주고 싶어도 줄 게 없었다.

“험, 우리가 누군지 몰라? 나중에 줄게.”

“아, 예, 예…….”

황요명의 얼굴을 알아본 객점 주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굽실거렸다.

“저어 그런데 오봉십걸도 함께 오셨습니까?”

도적의 숫자가 많아서 객점 주인은 당연히 스타베팅걸도 있으려니 했다.

‘오봉십걸 같은 호걸들이 음식값을 떼어먹지는 않겠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 어.”

황요명은 그게 오봉산에 남아 있던 도적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걸 알고 대충 얼버무렸다. 어차피 오봉십걸의 이름까지 알려진 건 아니기에 한 행동이다.

“어이쿠! 영광입니다요. 살펴 가십시오.”

“그래. 수고해.”

주인이 머리를 조아리자 황요명은 기분 좋게 걸음을 떼어 놓았다. 나중에 돈이 생기면 그때 와서 갚을 생각이다. 물론 잊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

산채를 앞에 두고 심양각이 멈춰 섰다.

그의 예리한 눈썰미에 기이한 게 포착되었다.

‘뭐지?’

길 위에 마치 쟁기로 땅을 갈았다가 복구한 것 같은 요상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보름 전에는 없던 것이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던 황요명이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푸흣! 어느 사람이 산채 앞인 줄 모르고 밭을 일구다가 쫓겨난 모양입니다.”

산채가 빤히 보이는 위치에 밭을 만든다고?

말도 안 되는 억측이지만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심양각은 산채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안쪽의 모습은 떠나던 때와 똑같았다.

마당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목수와 잡부가 분주히 오가며 집을 짓고 있었다.